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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연: 망월] 2021.4.5-4.18

인디아트홀 공

 

작가노트

‘망월(望月)’
:보름달의 다른 말, 달을 바라봄.

 

 

'집'이라는 공간은 펜데믹으로 변화된 우리의 생활에서 외부와의 경계를 나누고, 기존에 집이 가지고 있던 ‘안전함’이라는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완전한 쉼, 평정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인 ‘집’을 주제로 상정했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정신적인 이상향의 공간을 갖기 위해서 음양사상이나 풍수지리, 여러가지 기복(祈福)신앙들을 믿어왔다. 특히 ‘집’과 관련된 기복신앙은 셀 수 없이 많은데, 방위에 관련된 신이라던가 가신(家神, 터주신)인 큰 구렁이 설화부터 이사를 할 때 ‘손 없는 날’을 찾는 것 같이 지금까지 실생활에 면밀히 녹아들어있다. 불확정한 삶 속에서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하는 '갈망'에서 이러한 것들이 생기고 유지되는 것이다. 

이러한 ‘갈망’은 무엇인가를 '믿는' 방식으로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다양한 기복신앙이나 미신들이 탄생하고 상징으로 발현된다. 이것은 첨단 과학으로 무장된 현대의 도시에서도 여전히 우리 생활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이번 전시에는 전시장의 방위를 기준으로 하여 음양의 조화를 맞춘 팔괘를 집의 아웃라인으로 잡았다. 그리고 내부에 가구를 두었는데, 여기에서 ‘가짜(pseudo-) 앤티크 가구’들이 조각의 구성요소이자 좌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이나 중국 등지에서 mdf나 합판으로 만들어진 이 가구와 소반들은 표면만 고가구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사용되고 있다. 작가는 당근마켓에서 구매한 가짜 고가구들과 집안 구석 어딘가에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는 이전 시대의 유산들을 수집하고 종이로 만든 조각들을 조합하여 그 만의 무릉도원을 만들어낸다. 

삭(朔)에서 망월로… 가만히 밤하늘을 관조하며 달을 향해 안정과 평안한 삶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옛 사람들의 기도처럼 이 가짜 무릉도원이 누군가에겐 너무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심리적 보호막같은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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